건강검진 결과에서 가장 흔히 마주하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지방간’이다. 과거에는 과도한 음주가 원인이었으나 지금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신체 활동 감소로 인해 비만·당뇨·대사증후군과 동반되는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질환(MASLD, 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다.
질병관리청 2025년 통계상으로 우리나라 성인의 MASLD 유병률은 약 30% 중반에 달하며, 특히 남성에서 더 높게 나타난다. 지방간은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관리하지 않으면 간염과 간섬유화, 간경변, 심하면 간암으로까지 진행할 수 있어 조기 관리가 필수적이다.
▲(왼쪽부터)한양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전대원·윤아일린 교수
하지만 최근 지방간 환자들에게 희망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한양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전대원·윤아일린 교수팀은 세계적인 학술지 『Journal of Hepatology』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식사 메뉴를 엄격히 제한하지 않더라도 음식을 먹는 ‘시간’만 조절하면 간 건강이 유의미하게 개선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무엇’보다 ‘언제’에 집중하라
‘시간제한 식사(Time-Restricted Eating, TRE)는 하루 24시간 중 음식 섭취를 8~10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나머지 14~16시간은 공복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흔히 간헐적 단식의 한 형태로 알려져 있으나, 핵심은 단순한 ‘굶기’가 아니라 생체 리듬에 맞춘 대사 조절이다.
우리 몸은 낮과 밤에 따라 대사 기능이 달라지는 ‘생체 리듬(서카디안 리듬)’을 갖고 있다. 늦은 밤 음식 섭취는 인슐린 분비 리듬을 교란하고 지방 축적을 촉진할 수 있다. 반대로 일정 시간 내 규칙적으로 식사하면 대사 효율이 개선되고 간에 축적된 지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연구팀은 MASLD 환자 333명을 대상으로 약 12주간 시간제한 식사를 적용해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했다. 그 결과, 일반 식사군과 비교해 다음과 같은 유의한 개선이 확인됐다.
- 간 지방 함량 평균 20~30% 상대적 감소
- 평균 체중 3~4% 감소
- AST, ALT 등 간 효소 수치 유의한 감소
- 공복 인슐린, 인슐린 저항성 지표(HOMA-IR) 개선
- 중성지방 수치 감소
전대원 교수는 “시간제한 식사는 단순한 체중 감량 전략이 아니라 인슐린 감수성 개선을 통한 근본적 대사교정 효과를 가질 수 있다”면서 “비만·당뇨·고혈압이 동반된 환자는 간섬유화 진행 위험이 높기 때문에 정기적인 혈액검사와 간 초음파 검사를 통해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방식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당뇨병 환자(특히 인슐린 치료 중인 경우), 고령자, 임산부, 저체중인 자는 긴 공복으로 인한 저혈당이나 영양 불균형 위험이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개인별 맞춤 전략을 세워야 한다.
지방간은 우리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이다. 오늘부터 '식사 시간'을 조절하는 작은 변화로 소중한 간 건강을 지키길 바란다.
간 건강을 되찾는 실천 3원칙
성공적인 시간제한 식사를 위해 다음 세 가지 원칙을 기억하자.
‘8:16’ 법칙 지키기: 하루 식사 시간을 8~10시간 내로 유지한다. (예: 오전 10시 ~ 오후 6시)
야식과 음주는 금물: 늦은 밤 음식 섭취는 간의 대사 리듬을 깨뜨리는 주범이다.
꾸준한 운동 병행: 주 3~5회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함께하면 지방 연소 효과가 배가된다.
논문 제목: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질환 환자에서 시간 제한 식사의 효능 및 안정성(Efficacy and safety of time-restricted eating in MASLD)











